정말로 운이 없었다.

얼마 전부터 굉장히 여행이 가고 싶었고, 마침 디자인과 친구가 집에 엠티간다고 말하긴 했지만 가기 싫다고 말해서 올타쿠나, 이것이 기회다 싶어 인터넷을 뒤졌다. 결국 알아낸 곳은 우리나라 최대의 늪지라는 우포, 가는 길이 조금 복잡해서 그렇지 이곳에서 두 세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지금쯤이면 온갖 꽃이 만발해서 몹시 아름답다기에 이곳으로 결정.

이런 좋은 곳을 찾아낸 내 자신에게 감탄하며 이것저것 준비물을 챙기고 우포의 야생동물과 식물들에 대해 훑어보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야. 비온단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무대포 정신 발휘해서 많이 오는 거 아니면 그냥 출발한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내심 걱정이 되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다음 뉴스의 일기예보에는 저놈의 둔한 하늘이 그 놈의 무심함을 대놓고 시위라듯 하듯 들이밀고 있어서 전국적으로 꽤 많은 양의 비가 온다. 라는 한 문장이 팍! 하고 라식하지 얼마되지 않은 눈에(강조) 박혀버렸다.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고 마음을 추스리고 비가 와도 갈 수있는 곳을 뒤졌지만 눈이와서 더 예쁜 곳이라면 몰라도 비가 와서 더 예쁜 곳은 정말로 찾기 힘들어서 몇 시간을 정보의 바다(솜씨 좋은 어부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지만 낚시도구도 실력도 변변치 않은 인간들은 가까운 바다의 둥둥뜬 해초만 잔뜩 팔다리에 붙이고 나올 수밖에 없는)에서 헤맨 끝에 포기하고 말았다.

결국 친구와 함께 방에서 이틀동안 내 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두문불출하며, 피자, 아이스크림, 닭 등등등 살찌는 음식들에 빠져 살았다.

오늘 아침 친구를 집에 돌려보내면서 부쩍 추워진 날씨에 "우도 갔으면 큰일 날 뻔 했다. 질퍽질퍽한데다가, 여기가 이렇게 추우면 거기는 오죽하겠어?" 라고 말하면서 더 허탈해졌다.

혼자서라도, 정말로 여행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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