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남한산성을 읽었다. 몇년만에 다시 봐도 김훈은 김훈이다. 그날은 한 달만에 술이 마시고싶었는데 같이 술을 마시면서 김훈을 이야기할 사람이 없었다. 슬펐다. 그래도 나는, 이전처럼 그 문장에 빠지지는 않았다. 글은 그냥 김훈같았다. 나는 조금 더 무뎌졌고, 조금 더 덤덤해졌다. 조금 더 담담해질 수 있는 인간이라면 좋았겠지만..
하늘이 높아지면서 뼈사이는 더 좁아졌는지 요즘 무릎이 다시 뻐근하고 시큰거린다. 연골파열이니, 연화니 뭔지 모르겠지만 50만원이 훌쩍 넘는 MRI를 찍을 바에 아프면 아픈대로 살려고 한다. 하우스가 개자식인 이유는 삶이 그토록 처절하고 보잘것없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죽음은 그보다 더 개같은 것이니까 너네들은 살아야하고, 그러기위해 비싼 병원비를 감당해야 하고, 나는 너네들이 내는 병원비로 바이코딘을 씹으면서 어쨌든 니네들보다는 잘 살고 있다는 걸 자랑하기 때문이다. 아파서 걷기가 힘들 정도가 되면 할아버지가 드신다는 신경약을 먹는데 이게 약효가 신통해서 먹기만 하면 통증이 확 줄어들고 머리가 멍청해지는 것이 아주 좋다.

그리운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가 깊이 껴안으며 사랑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애틋해 스스로도 이러다 철이 들어버리면 어쩌나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귀찮다고 가지 않는 걸 보니 아직은 괜찮다. 잘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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