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김탁환 원작인 걸 모르고 갔다가 보다보니 열녀문의 비밀이라는 거 알았다. 김탁환 소설의 두 주인공들도 상당히 괜찮았는데 굳이 캐릭터를 바꾼 이유를 모르겠다. 화광을 제대로 묘사할만한 배우가 없었나? 너무 노골적으로 게이코드가 드러날 것 같아서 살짝 질렸나?

김명민의 영화연기는 썩 좋아하지 않는다. 연기의 색이 너무 진해서, 여러 사람이 등장하고 편수가 긴 드라마에서는 그의 연기가 구심점이 되서 극의 몰입도를 높여주고 캐릭터에 빠져들게 만드는 반면 영화에서는 좀 부담스럽다. 열심히 하는 게 눈에 보이는데 그게 너무 보여서 캐릭터는 사라지고 명민좌 혼자 남는다. 김명민연기는 익숙해질만한 시간이 필요한데 익숙해질만하면 영화는 끝이나니까. 각시꽃투구의 비밀에서도 김명민의 연기는 좀 부담스럽다. 능청스럽고 자기애 강하고 싸움도 잘하고 머리도 좋지만 어딘가 모자란듯한 개그 캐릭터인데 몰입이 안된다. 그냥 김명민 용쓴다싶다. 한석규가 했으면 좀더 자연스러웠을 것 같은 느낌. 이층의 악당에서 되게 좋았는데 생각보다 흥행이 안됐다. 안타깝네. 

영화는 나쁘지 않지만 추천할만한 정도는 아니다. 관객들의 호응도 좋은 편인데, 극장을 나오면 내가 어느 부분에서 웃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유치할 정도로 웃음을 강요하는 장면들이 신경을 쿡쿡찌르기도 하고. 물론 가만히 있으면 어색하기만 한 친척들과 연휴에 어떻게든 시간을 때우고 싶어 한바탕 웃고 올 생각이라면 꽤나 괜찮은 영화다. 그러나 8천원이 귀하다싶으면 다가올 추석에 tv에서 해주는걸 봐도 될 듯하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open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