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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 것들'에 해당하는 글들

  1. 2007/01/10  물리치료중
  2. 2006/10/20  그래도 가을 (2)
  3. 2006/10/07  달석이
  4. 2006/07/25  농구하는 남자 (6)
  5. 2006/05/15  선유도 동상 (2)
  6. 2006/03/27  산책
  7. 2006/03/06  늑대에게 얻어먹은 것 (2)
  8. 2006/02/24  속초여행 (6)
  9. 2006/02/18  외로운 강아지
  10. 2006/02/10  산책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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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저 기계를 사서 집에서 하고있다.
어깨랑 허리가 아파 물리치료를 했는데 저걸 좋아해서 병원에서 날더러 '장화좋아하죠?'하며 방긋거리며 신겨줬다. 허리디스크 때문에 무릎이 아픈 엄마의 생일선물로 동생과 돈을 합쳐 샀는데 막상 우리집에 들어오고나니 잘 안해진다. 엄마는 매일 하고 있다.

병원 창가에서 커튼틈으로 들어오는 햇살이랑 창문을 열어놓으면 시장 한가운데서 들려오는 소리같은 것들에 저절로 잠이 들곤했다. 내가 너무 달게자는지 물리치료사는 치료가 끝나도, 좀 자다가라고는 혼자서 인터넷고스톱을 쳤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물리치료사들은 하나같이 친절했다. 지금은 생활에쫓겨 가지 않는다.

덧: 오늘 ee3첫롤을 현상했다. 하프카메라의 첫롤은 참 길더라.
그런데 와인딩에 유격(이 용어가 적당한 걸까?)이 생겨 상이 일정치 않게 맺힌다. 어떤 건 저렇게 제대로 나오는데 어떤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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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면이 아예 까맣게 될 정도로 간극이 넓다. 이런 필름은 돈 더 받아야한다고 사진관 아저씨가 뭐라하더라. 사진관 아저씨는 카메라고장이라는데, 첫롤부터 이러니 기분이 찝찝...

10월 중순치고 믿기지 않는 더위지만 그래도 세월은 세월이고 시간따라 계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무는 제몸의 잎들을 떨어뜨리고 최소한의 힘으로 최장의 세월을 살아낼 준비를 하고 있고, 나는 꾸준히 도서관을 다니며 책을 빌리고 있다. 외대 도서관에서는 지역주민에게 4만원의 평생회원비를 받고 회원증을 발급해준다. 나중에 회원을 탈퇴할 때 그 돈은 돌려주는데다가 읽고싶은 책을 주문할수도 있으니 그리 아깝지 않은 돈이다.
날이 여름처럼 맑은데다가 봄처럼 화장한 날이지만 가슴 한 켠 서늘한 바람을 막아줄 것은 역시 사람과 책이다. 그 중 사람은 멀리 있으니 책이라도 당겨 아껴보아야지.

김탁환의 글은 우아하면서도 젠체하지 않아 지루하지 않고 꽉 짜여 들어가는 짜임새와 재치로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밤을 새워 읽을 맛이 있는 작가다.


달석이는 우리집에 얹혀살고 있는 세 새끼 고양이-달래, 달콩이, 달석이-중 가장 소심한 녀석이다.
다른 녀석들이 동생과 내 발자국소리만 들어도 개처럼 달려오는 데 비해 이 녀석은 의자며 쓰레기통 밑에서 한참 서성거리다가 슬며시 다가온다.

얼마전 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집에 떨어졌다. 보일러실에 이름모르고, 얼굴모르고, 몸매모를 고양이가 놓고 간 새끼의 이름은 달래다. 달래처럼 예쁘다고 동생이 지어준 이름인데 이 녀석을 잘 먹이고 잘 키우는 것 같으니 며칠 뒤 고양이 두마리가 뒷마당에 더 떨어졌다.
까맣고 얼룩덜룩한 녀석의 이름은 까만콩처럼 생겼다고 달콩이고, 저기 저녀석은 못생겼다고 제가 싫어하는 남자아이의 이름을 붙여 달석이란다.

달석이는 그래서, 처음부터 꽤 섭섭한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낯을 가리는 성격에 달래에게 늘상 먹이를 뺐겨 소심하기까지 한 녀석이지만, 처음 못생겼던 녀석이 크면클수록 이뻐진다고 요즘은 동생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렇데 그 모습이 짐승에게는 정주면 안된다는 할머니는 못마땅하시다. 태풍오기 전 도둑고양이 한 마리가 낳고간 이 세 녀석이 영 마음에 들지않으신 것 같기도 하고... 도둑고양이는 도둑고양이기 마련이라 언젠가 도망간다고 하지만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직업을 타고난 사람도 없듯이 도둑고양이란 것도 없다. 배가 고파 남의 집 쓰레기통을 뒤지는 건 본성이 아니라 본능이다. 이 놈들이 커 우리집을 떠난다고 하더라도 그건 이 녀석들이 도둑고양이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갈때가 되서다. 부모들은 언제나 자식이 제 곁에 남아있기를 바라지만 자식이 떠나고야 마는 것처럼, 그러나 부모들이 우리가 떠날거라는 사실때문에 우리에게 사랑을 거두지 않는 것처럼 나는 이 녀석들이 우리집을 떠날때까지 사랑해야 한다.

어릴적 친구에게 삼순이란 이름의 개 한마리를 얻어 (그 친구의 네이밍센스에 축복을...) 옥상에서 키운 적이 있다. 영리하고 여우처럼 예뻐서 정말로 좋아했는데 중학교에 올라가기 전에 짐승을 사람위에 키우는 게 아니란 소리를 들은 할머니가 팔아버렸다. 집에 돌아와보니 사랑하는 삼순이가 없어져 동생과 나는 밤마다 삼순이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짰다. 그 뒤로 집에서 짐승을 키운적도 없는데다가 나는 그다지 키우고싶지도 않았는데, 할머니 말씀대로 짐승에게 정을 줬다가 정 준 그놈이 떠날 때의 아픔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삼순이가 떠난지 10년이 넘어 나는 새로 정 줄 무언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 돌이켜보면 내 유년시절에 삼순이가 없었다면 동네 오락실을 전전하거나 집에 쳐박혀 만화책만 읽는 은둔형 인간이 (좀 더 이른 시기에) 되었을게 분명하니까.
달석이 :: 2006/10/07 12:57 길위의 것들

동네 공원에서 길거리 농구하는 남자를 봤다. 덩크슛을 꽤나 멋지게 넣던, 등이 예쁜 남자였는데 동네 고딩들이 "형, 싸이에 올리게 동영상 좀 찍어도되요?"하는 걸 흔쾌히 허락하길래 나도 숨어서 몇장 찍었더랬다. 막 흥분하면서 형님의 멋진 모습을 찍으려던 고딩은 중간에 전화가 오는 바람에 땅을 치며 울었고, 농구하는 남자는 그 모습을 보면서 몇번 피식거리더니 친구들과 농구를 시작했다.

스물 세살이 지난 이후 나는 내가 여자로 태어난 사실에 대해서 불평하는 대신 인정하기로 마음먹었고, 지금은 여러가지 불편한 생리적인 증상들까지 포함해서도 내가 여자란 것에 꽤나 만족하고 있는 편이지만 저 정도까지의 역동적인 동작을 취할 수 있는 남자들의 몸이 가끔은 부러워지기도 한다.
자신의 몸을 이용해 땀흘리는 즐거움이야, 여자도 충분히 알 수 있겠지만, 보는 사람, 그리고 운동하는 사람이 느끼는 역동성과 힘의 차원이라는 게 다르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음...또 어떨 때 남자들의 육체가 부럽냐면, 빌어먹을 잼 뚜껑이 열리지 않을 때.
선유도에 가 이 조각상이 인상깊길래 찍었는데 사진을 보고 어떤 친구가 그런다.
이거 고추?

눈물을 흩뿌리며 아냐!! 라고 외친 다음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 보이는 팔이 윗 사진의 고추다.

사실 나도 찍으면서 고추로 보일 소지가 다분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상식적으로 저렇게 길기만 하고 축 쳐진 녀석은 동상으로 만들 가치가 없다는 생각 안들어?




종로. 인사동 어디쯤.
늑대와 함께.
산책 :: 2006/03/27 19:36 길위의 것들

늑대양과 종로에서 만나 웨딩크래셔도 보고 베니건스에서 맛난 것도 얻어먹었어요. 룰루~
내가 찍은 사진을 보고 "이 음식을 저렇게 찍어낼 수 있는 것도 기술이다."라는 핀잔을 들었지만 맛있는 것만 사주면 무슨 소리를 해도 좋아요.

제가 오웰 윌슨보고 "쟤 입술이 X꼬같이 생겼어. 하고 하니까 늑대양이 받아치기를 "그럼 쟤가 펠라치오하면 애널섹스야?" 라고 받아칩니다.
그러니까 저는 이런식의 만담을 하면서 놀 수 있는 친구들이 좋아요

오늘 속초의 하늘은 구름한 점 없이 맑았어요

3박 4일동안 속초에 갔다왔습니다.
착하고 멋진 언니가 되고싶었지만 속초가는 표를 강릉가는 표로 끊은 시점에서부터 이미 '어리벙벙'이미지가 되어버리고 말았어요. 역시 본모습은 어쩔 수 없나봐요.

작년과 다름없이 이번에도 콘도로 유배갔다고 할 정도로 콘도 안에서만 지냈지만 작년처럼 정말 즐거웠어요. 윷놀이도 하고 쇼트트랙 재방송을 보면서 흥분하고 팬케이크를 구워서 생일파티도 하고(망고씨, 구아바씨 다시 한번 생일축하해요) 카레, 오뎅탕, 베이컨 두부김치, 수제비, 콩나물국 등등등 한동안 먹어보지 못했던 가정요리와 안주들도 먹어보고 땅따먹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하고

회도 먹고!!!

동해바다도 봤지요.

터미널 앞 대포항길에서 바다를 구경하고 돌아오는데, 아~내가 진짜 강릉을 여행하고 오는구나 싶었어요. 타브님과 율도님도 가셨다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죠. 재미있고 재치있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단지 모여서 티비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재미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알게됐어요. 어리벙벙한 언니와 재미있게 놀아줘서 정말 고마워요.

─ tag  여행
속초여행 :: 2006/02/24 01:07 길위의 것들


형, 나랑 같이 놀아주세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외롭고 슬픈 눈빛을 하고 있던 강아지였다.
정말로 외로웠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공인중개사 앞을 지키고 있던 두 강아지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두 마리 다 열렬히 꼬리를 흔들며 묶인 줄로 다리를 감아댔다.

그렇게나 심심했다면 둘이서 장난이라도 치면 될 것을..


내가 달리기는 하나는 누구 못지않게 느려도 걷는 건 좀 하는데 한 때는 어디서 솔로 20년이면 걸음걸이가 마을버스를 따라잡는다는 속설을 그대로 믿을 정도였다. (한때는 한모씨가 날 성큼걸이로 불렀더랬다.)

빠를 뿐 아니라 걸음걸이가 약간 특이해 착하고 좋은 사람들은 씩씩하고 당당해보인다 그러고 객관적으로 보면 웃기는 그럼 걸음이다. 그 덕분에 날 좀 안다싶은 사람이면 얼굴이 보이지 않는 거리에서도 날 쉽게 알아보니 인피면구같은 걸 써 정체를 숨겨봤자 소용이 없다. 그러니 뮤직비디오나 영화속 여주인공의 아슬아슬한 변장같은 건 할래야 할수도 없는 것이다.

아무튼 아주 추운 겨울만 아니면 여름에도 더위를 쉬이 타지 않는 편이라 자주 걷곤 하는데, 특히 내가 좋아하는 길이 감만1동과 대연4동에서 볼 수 있는 저 오래된 보도블럭길이다. 초등학교 때 처음 생긴 저 보도블럭의 색있는 부분을 성큼성큼 눌러밟고 가면서 어린다리를 키웠는데 어찌보면 지금의 웃긴 걸음걸이가 된데에는 짧은 다리로 그때 너무 무리를 했던 게 아닌가싶다.  

대연동은 꽤 걷기 좋은 동네다. 부경대로 가는 길목에는 문화회관에서 구름공원을 가로질로 유엔묘지로 들어가 조경을 즐길수도 있고, 유엔묘지에서 빠져나와 시립박물관으로 들어가면 단돈 500원으로 편안한 쇼파에서 티비를 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더해, 사람과 유물이 함께 나이들어가는 박물관 특유의 분위기도 즐길 수 있다. 시립박물관을 나와 부경대쪽으로 걸어가다보면 조각공원이 나온다.

길의 왼쪽에 보이는 그곳이 진짜 조각공원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좋아하는 길이다. 이곳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그때부터는 줄지어선 카센터들을 만나야 하는데, 꽤 괜찮은 차와 오토바이를 구경하는 즐거움은 있지만 한참 일할 시간에는 특유의 소음때문에 조용한 산책을 즐기기는 힘들다.

학교에 가는 게 아니라면 나는 여기서 발을 돌려 다시 문화회관으로 간다. 문화회관 근처에 음식점에서 배를 채우고 (거기있는 쌈밥집이랑 보쌈집이랑 냉면집이 참 맛있었는데 요즘은 맛이 변해 그 맛이 안난다.) 우리집이 있는 감만동으로 내려가다보면 그때부터는 익숙한 동네의 풍경이다.


낡고 빛바랜 벽들과 익숙한 풍경들을 지나다보면 가끔은 재미있는 것들이 보인다. 저 올챙이 그림이 뭘 뜻하는걸까. 예전에는 상당히 하드고어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가위그림을 그리곤했는데, 이제 그런 그림으로는 안먹히는가보다.  

그러고보니 서울에 와서는 한번도 동네 산책을 나가본 적이 없다. 사육신묘도 수산시장도 가까이 있으니 내 작은 카메라를 들고나가 길을 눈에 익히고 그길에서 새로운 풍경을 담아낼 수도 있었는데 학원에 집만을 오가다보니 나는 아직도 이 동네의 길이 낯설기만 하다. 아직 추위가 완전히 풀어지지 않지만 이제 입춘도 지났으니 달려오는 봄을 맞아 근간에 한번 나가 새길을 걸어봐야겠다.

산책 :: 2006/02/10 15:29 길위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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