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동사무소에서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한달에 만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운동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개인사물함도 없고 냉난방도 안되기 때문에 여름에는 비지땀을 흘리고 겨울에는 찬물에 오들오들 떨면서 샤워를 해야하지만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고 클럽에 다니는 것보다 4만원이나 저렴하기 때문에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이 많이 이용한다. 나도 지난 여름 소름끼치는 찬물샤워를 참아가며 하루에 30분정도 러닝머신을 사용했는데 조금 시원해지는 저녁시간에 사람들이 몰려 한번 뛰려면 오래 기다려야했다는 걸 제외하고는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불편한 건 몸보다 마음이었다.

이런 근육질의 백인남자가 빨간 빤스 하나만 걸치고 전형적인 이두근포즈를 취한 채 정면을 보면서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활짝 웃고 있는데 시선을 사진과 눈을 마주치기가 송구스러울 지경. 다른 쪽 벽면에는 비슷하게 새긴 백인남자의 어깨에 근육질의 여자가 수영복을 입고 한쪽 팔을 어깨에 올린 채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나를 야려보는데 "이런 미개한 것들"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몹시 불편해졌다. 표정도 표정이거니와 고생고생해서 만들었을 그 울퉁불퉁하게 솟은 근육과 핏줄의 미학을 난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건 아무래도 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진의 문제처럼 보였다.

날이 추워 찬물로 샤워하는 게 어려워져 지금은 다른 클럽으로 옮겼는데, 그 클럽에서는 근육질인간들의 사진을 볼 수가 없다. 대신 러닝머신마다 조그마한 티비가 달려있는데 어제는 SCI와 각종 연애프로그램을 보느라고 너무 뛰었더니 조금 근육이 땡긴다. 동사무소에 다닐 때보다 훨씬 마음은 편해졌지만 그래도 명색이 헬스클럽인데 근육질의 사진이 없으니 조금 허전한 마음이 들기도 하다.

그래서 대안을 마련했다.

이런 사진들을 붙여놓는 게 어떨까. 잘 발달된 인간의 근육이 참 아름다울 수 있다, 그러니 너도 열심히 운동해보는 게 어떻겠냐. 라는 문장을 사진 한 장으로 표현하고 있다.

더불어 여성들에게 눈요깃감도 제공해준다.
미소년에게 근육이란 불필요하다, 나는 너무 말라 근육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분들에게는 이런 사진도 효과적이다.


개인적인 취향은 인간의 한계를 실험하는 듯한 근육보다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골격의 아름다움에 살짝살짝 각을 잡아줘 볼륨감을 추가한 마른근육이 취향이다.

물론 너나 잘하세요, 라고 하면 할말없다.
근육 :: 2005/10/21 14:59 딩굴딩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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