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사고 얼마 되지않아서는 눈앞에 보이는 모든 사물을 다 담아내기라도 할 듯 마구잡이로 찍고다녔는데 벌써부터 그 작은 녀석을 호주머니에 찔러넣고 밖으로 나가는 게 귀찮아졌다. 추가배터리를 두개나 살 필요가 없었다. 공동구매로 주문한 삼각대랑 케이스 역시 한번도 방밖으로 나간 적이 없으니, 아껴주고 보듬어주겠다는 약속은 서랍구석에 내동댕이쳐 버린 것 같아 영 쑥스럽고 미안하다.

문제는 내가 카메라에 뭘 담아야 할지 모른다는거다. 구도를 잡고 빛을 잡아내고 손떨림을 줄이고 어쩌고저쩌고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내공을 늘려서 찍어내고 싶은 사물이 없다. 버스정류장에서 자기 아이를 플라로이드 카메라로 잡아내는 젊은 엄마의 표정을 보니 찰나를 잡아내려고 하는 행복한 표정이 부러워졌다. 사진은 저렇게 찍는거구나. 저렇게 찍어야 하는거구나.
김치~ :: 2005/11/04 14:30 딩굴딩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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