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 높고, 정성껏 맨 매듭도 몇 번 걷다보면 쉬이 풀려 내려오고, 뾰족한 굽에 조리형태로 된 디자인때문에 좀 많이 걸으면 발바닥에 불이 나긴하지만 그래도 난 이번에 산 여름구두가 너무 마음에 든다. 예뻐서.

어릴때는 이런 걸 몰랐다. 중고등학교 6년간 나는 단화 두개와 MDC무등양말과 교복으로 충분했다. 머리는 동네 미용실에서 알아서 잘라주는대로 잘랐고(그러고보니 지금도 그건 마찬가지고냥. 염색하는 돈이 아까워서 그저 기르고만 있으니...) 멋을 부린 다음 선도부의 눈을 피해 아침 일찍 등교하기보다는 1분 1초라도 더 자기 위해 이불속에서 비비적대던 아이였다. 유행하던 루즈삭스는 친구가 억지로 신겨 '각'까지 잡아줘야 신을 수 있는 정도였고, 겨울에는 교복치마에 스타킹대신 쫄바지를 두개 겹쳐신고 다니며 추위를 피했다.

지금도 썩 옷을 잘입고 다니는 편이 아니라, 옷은 얇고 몸의 라인이 제대로 드러나면서도 자신없는 부위를 감출 수 있어야 훌륭한 거라는 생각하에 여름에도 겨울에도 친구들에게 '너는 맨날 춥다고 하면서 옷은 얇게 입고 다닌다'는 말을 듣고 다니는 정도지만(다른 사람과 똑같이 입어도 추위를 잘 느끼는 편이다) 이제 조금 왜 SATC에서 캐리 브래드쇼가 그토록 신발에 집착하는지, 왜 고등학생들이 그토록 두발 자율화에 목말라하는지는 조금 알 것 같다. 6년동안 단화 두개를 굽갈이해서 신었던 학생의 변화치고는 굉장한 것 같지만, 여자란 그런거다. 아무리 선생님과 엄마가 시키는대로의 옷을 입고다니던 패션치라도 어느 순간, 길거리를 가다가 마음이 참을 수 없이 흔들리는 구두와 원피스가 보일 때가 있고, 발뒤꿈치라를 잘라서라도 유리구두를 신고싶었던 신데렐라의 배다른 언니의 행동이 왕세자의 자리가 탐나서가 아니라 예쁜 구두를 신고싶어했을 뿐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될때도 있는거다. 여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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