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심부름으로 시장을 사러 가는 길에 우리집 앞 길바닥에 꽃잎이 떨어져있는 걸 봤다. 벚꽃같기도 한 그 분홍색 잎들이 점점히 떨어져있는 길을 따라가는데 정말 봄같은 느낌이다. 양력으로도 3월이 되었으니 봄은 봄이다. 확실히 입춘 지나고 나서부터는 봄이구나, 중얼거리다 짧게 깨달았다. 봄이 새해보다 먼저 온다는 사실을.
나는 지금껏 겨울동안 새해가 오고 봄이 오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음력으로 계산을 하면 봄이 온 다음 겨울이온다. 아무리 제가 겨울인양 매섭게 굴고 있어도 이미 봄은 왔고, 더불어 봄이 새로운 날을 당겨줄테니 조금만 참고 기다려라. 이제 곧 개구리가 땅을 헤치고 나오고, 산에는 봄나물이 자라고 아이들은 강아지를 품에 안고 엄마뒤를 따라 산으로 갈테니, 새해가 지나고 보름이 오면 식탁위에는 봄냄새나는 나물이 올라오고 그 내음따라 다시 한해를 힘내 살아갈테니 조금만 참고 기다리라고, 봄은 새해 전에 찾아오면서 말한다.
집에 와 잡곡밥과 나물을 먹으니 과연 내일이 보름같다. 이제 술만 마시면 끝나는데, 그건 내일을 위해 아껴둬야지. 그리고 저녁에는 새해의 가장 큰 달을 보면서 올해의 행복을 기원하고 다시 행복해져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호두를 집어 아그작 깨문다. 이놈의 부스럼 도망가라,
그리고 여러분~~~내 더위 사시고 여름내 곱게 접어놨다가 겨울철 난방에 보태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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