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스 레인이 '슈퍼맨이 필요하지 않은 이유'라는 글을 쓴 건 그 인간이 조이처럼 한 번 자고 난 다음 전화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니..상당히 그런 이유에서 쓴 것 같더라.) 하지만 '영웅이 사라진 뒤에도 아무렇지 않게 잘 살았다. 그래서 영웅은 필요없다고 생각했다.'는 그녀의 말은 상당부분 유치하긴 하지만 맞는 말이다. 슈퍼맨은 위기에 처한 사람을 경악할 정도의 능력으로 구해준다. 팔짱을 끼고 지구밖에서 관전하다가 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에 쏜살같이 달려가 개입하는 거다. 하지만 영화 어디에서도 수퍼맨의 정치적 판단은 나오지 않는다.

수퍼맨은  정의의 사도이며, 언제나 자신이 옳다는 것을 고수하고,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발전할 무궁한 가능성은 있지만 자신이 파놓은 늪에 빠져 허우적되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우주에서 나타난 가공할 정도의 능력을 가진 이 슈퍼히어로는 지구상의 어떤 무력으로도 막을 수 없을 정도의 괴물인데,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수퍼맨을 두려워하기보다 사랑하고 믿고 따른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있는바로 인간은 자기가 제어할 수 없고, 자기와 다른 그 어떤 존재를 두려워하며 그 존재에 대한 대처방안은 지극히 폭력적인 형식이었는데 말이다. 어떻게 수퍼맨=정의라는 공식을 그렇게 확고히 확립할 수 있는걸까? 그가 마음만 먹으면 지구를 파괴하는 건 손쉬운 일일텐데...

그러나 슈퍼맨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다. 브레이크가 고장나 비명을 지르는 여인을 구하고, 옥상에서 떨어지는 사람을 구하고, 은행강도에게서 사람들을 구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는 어떤 정치적 판단도 내리지 않는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굶어죽어가는 아이에게 먹을 것을 주지도 않고 결핵에 걸린 사람들에게 의약품을 보급하지도 않는다. 암살당하는 정치인을 구하지도 않고, 국가와 국가간에 그 어떤 불평등한 조약이 체결된다고 하더라도 그는 묵묵히 로이스레인을 스토킹하다가 그 근처에 물에 빠진 사람이 있으면 빛의 속도로 쏜살같이 달려갈 것이다. 그게 모두가 수퍼맨을 사랑할 수 있는 이유다. 정부는 이 단순한 영웅에 대해 별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시민들은 위대한 자신의 나라가 이 히어로의 '정의'로 위기에 처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안다. 그가 자기 이외의 다른 나라에 임할 때는 어디 옥상에서 누군가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안심해도 되는거다.

그러나 나는 그걸 알면서도 수퍼맨이 두렵다. 수퍼맨이 그 거대한 '대륙'을 들어올리는 걸 봤을 때 그저 '아, 저놈 생각보다 힘이 더 쎄구나'라고 생각하기보다 저 거대한 대륙을 다른 대륙에 던져버릴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나는 이번에 수억을 수장시키려고 한 타칭 우주 최고의 악당 렉스루터가 수퍼맨보다는 덜 위협적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는 '나는 신이 아니다, 신은 빨강망토를 두르고 날아다니는 녀석'이라고 했다. 렉스 루터는 지구상에서 신에게 유일하게 '인간'으로 대응하는 작자다. 외계의 문명을 이용해 대륙을 만들고, 다시 외계의 돌덩이를 이용해 신을 공격하지만, 클래식음악과 독서를 즐기고 한 여자를 사랑하고, 휘발유 한 통이 없어 작은 섬에 갇혀야하는 나약한 인간이기도 하다. 우주 공간에서 팔짱을 낀 채 지구를 스토킹하는 정체모를 외계인보다는 내가 혹은, 우리가 제어할 수 있을 것 같은 대상이다.

수퍼맨은 다르다. 수퍼맨의 정의가 내가가지고 있는 정의와 틀리다면, 나는 그 사실 하나로 발뻗고 자긴 글렀다. 그는 우주에서 내가 말하고 행동하는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을 규제할거다. 어쩌면 마지막까지 사람을 죽이면 안된다, 는 원칙을 고수하는 우리의 영웅은 날 죽이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거다. 내가 그의 정의에 동참하기 전까지는.

우리는 지금 전무후무한 거대한 힘을 가진 수퍼컨트리가 다른 나라를 구하겠답시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걸 목도하고 있는데 그게 사랑스럽기보다는 지극히 두렵다. 이 자식은 지가 영웅이라고 확고히 생각하고 있는데다가, 누구도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자기가 곧 정의인데다가 자기 무력을 적극 활용해서라도 도탄에 빠진 세계민중을 구원하겠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 누구도 이 미친 히어로가 힘을 쓰길 바라지 않는다는 건 모르고 있다. 우주에서 각종 위성으로 다른 나라를 스토킹하고 뭔가 낌새가 있으면 쏜살같이 달려가는데 이상하게 이 영웅의 주위에 더 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는거다. 그 괴물에게는 사람을 죽이면 안된다는 원칙같은 것도 없다.

우리에게 이런 영웅은 필요없다. 팬티를 바지 위에 입고 곱상한 얼굴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묘기를 보여주는 이쁜이라면 모를까, 줄리어스 시저의 재림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더욱이 내가 로마시민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없다면 말이다.



덧1 : 젠장, 휴 로리는 왜 편집장을 맡지 않은걸까. 하우스 잠시 쉬고 맡아도 되잖아!!
덧2 : 수퍼맨은 산소호흡을 하지 않는데 왜 병원에서 산소호흡기를 주입한거지? 그리고 아무리 수퍼맨 피부가 강철같다지만 주사바늘이 구부러질 정도로 찔러넣은 그 간호사는 또 뭐람.
덧3 : 수퍼맨 에너지의 원천은 태양에너지라는 걸 뻔히 알면서 병실에 커튼 다 쳐놓은 센스라니...
덧4 : 지 애비 닮아서 너무 예쁘게 생긴 그 자식은 방금전까지 자기랑 피아노치던 아저씨를 피아노로 깔아뭉개죽여놓고도 쿨쿨 잘 자는 걸 보니 싹수가 노란듯.
덧5: 이래저래 시불시불 투덜거리긴 했지만 역대 수퍼맨 중 최고의 미모를 자랑하는 브랜든이 딱 붙는 옷입고 날아다니는 걸 보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 뽀얀 피부에 맑은 눈동자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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