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정확히는 토요일 새벽부터) 아트레온에서 하는 오감의 밤-지중해 영화제-에 다녀왔습니다. 표는 늑대양이 구해주었고, 밥도 사주었습니다. SG 워너비 사인시디와 이지라이프 사인시디도 선물로 받았어요. 저는 아내가 결혼했다, 를 선물해줬죠. 저도 못읽은 책이었기 때문에 조금만 보자고 해도 "안돼!"이러면서 보여주지 않더라고요. 까칠한 녀석.
오감의 밤에는 빵과 음료가 무상으로 제공됩니다. 와인과 맥주도 끼어있어서 되게 많이 기대를 하는데 와인은 너무 떫은 맛이 강하고 맥주는 처음에 조금 구경만했어요. (다시 주지 않더라고요) 쉬는 시간 마다 "맥주~~~"를 울부짖었지만 결국은 커피와 음료로 만족해야했습니다. 저녁을 너무 많이 먹어 빵도 먹을 수 없었고요. 그래도 보기 힘든 유럽영화를 세 편이나 볼 수 있었다는 사실에 무척 만족했습니다. 엉덩이에 근육이 배길 정도로 아팠던 것과 아침에 나오는데 조금의 광량에도 눈이 많이 시릴 정도로 피곤했다는 걸 제외하면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거기다 올빼미 습관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극장안이 수면실 분위기로 바뀌고 나서도 꿋꿋히 세 편의 영화를 모두 감상할 수 있었어요.
제가 본 영화들이에요. 가장 재미있었던 건 연애의 기술이었습니다. 친구의 연인과, 또는 연인의 친구와 얼마나 바람이 나기 쉬운지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였지요. 음악과 춤이 곁들여져 더욱 재미있었습니다. 엄마는 여자를 좋아해, 에서도 느꼈지만 스페인은 자유연애와 동성애에 꽤 너그러운 분위기였습니다. 남자주인공이 너무 이탈리안같이 생겨서 처음에는 이탈리아 영화인 줄 알았어요.
아가타와 폭풍은 딱 이탈리아 영화같았어요. 엄마에게 헌신하는 남자가 나오거든요. 외도를 하긴 하지만 아내를 사랑하기도 하고요. 매력적인 서점주인 아가타가 잘생기고 젊은 손님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 역시 이탈리아답다고 했을까요? 나오는 인물들의 생김새가 썩 좋지않아 이탈리아 남자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하는걸까,,,라고도 생각했지만 사실 제 마음속에서 이탈리아는 실제하는 공간이라기보다도 잘생기고 매너좋은 남자들이 가득 쌓여 여자들을 기다리는 환상의 공간이라 그냥 제 마음속에 영원한 이상향으로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세 번째 영화 역시 그리스 영화같았습니다. 아버지를 너무나 사랑하는 어린 소년의 이야기지요. 나이와 얼굴치고 근육이 비대할 정도로 발달한 장남이 불쌍한 영화였어요. 신경질적인 엄마와 아버지의 죽음 뒤 미쳐가는 동생을 바라봐야 하는 청소년기의 (아무도 자기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소년은 얼마나 가련한가요. 아버지의 죽음을 극복하는 어린아이의 성장영화라서 아기자기하고 슬플 줄 알았는데 애가 너무 어둡고 아버지에 대한 집착이 강해서 많은 사람들을 잠속으로 빠뜨렸습니다. 하지만 조그만 녀석이 글은 참 잘쓰더라고요. 부럽게스리.
오감의 밤은 평소에 보기 힘든 유럽영화를 저렴한 가격에 세편이나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부산에서도 이런 종류의 영화제를 했으면 좋을텐데요. 이틀 연속으로 표를 구입하면 하루에 5000원으로 볼 수 있으니 금요일과 토요일 연이어 본다면 한편당 1500원 정도의 가격으로 빵과 음료까지 즐길 수 있다는거잖아요! 씨네마테크에서 이런 종류의 이벤트를 해주면 좋겠지만, 음...아무래도 외진 곳이니 밤에는 좀 무서울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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