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던 건 홍보의 힘이었을까,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제목 덕분이었을까, 아니면 모 기사처럼 진정 엄정화의 힘이었을까.
아무튼 십수년만에 돌아온 오로라공주는 내게 불편하기만 했다.

엄정화가 하는 일은 추스리지 못한 광기의 발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잠시 생각해보자.


영화가 이정도까지 황당하지는 않지만 도의적 비난이나 경고수준에서 그쳐야했을 일을 살인이라는 극단적 폭력의 방법으로 복수하려고 한 엄정화의 태도는 옳지 못하다. 영화는 사람의 감성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법을 통하지 않은 자의적 복수를 정당화시킨다. 법은 네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고 경찰도 무능하니 네 가족과 네 생명은 네가 지키고 네 복수도 네 힘으로 해라.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자행되는 폭력은 동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범인이 이미 누군지 관객이 뻔히 알고있는 상태에서 과학적 수사, 초동수사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뒤뚱거리다가 결국 범인이 스스로 흘려놓은 흔적을 열심히 주워가는 형사들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워보인다. 거기다 나중에는 범인의 그릇된 복수극에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하니...
엄정화는 대놓고 나잡아봐라~고 말하고 다니니 쫓고 쫓기는 자들간의 팽팽한 긴장감이나 경탄할만한 트릭은 없고 심지어 기억에 남는 범행수법도 없다. 서스펜스를 포기하고 메시지를 택했는가하면 그것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일상에서 아무 생각없이 유기하고 있는 도덕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지를 일깨워주기 위해서, 또는 한국에서 여자 혼재 애키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의 메시지를 던져주기위해서였던 걸까. 아무튼 설득력 부족한 뭔가를 위해 다섯사람을 오로라공주의 이름아래 합체, 아니 살해당했다. 그리고 나서 뭘 지키지?
open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