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늑대양을 만났어요. 원래라면 한인씨가 '절대로 봐'라고 말해준 카사노바를 보려고 했지만 이미 다 내려서 상영하는 극장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오만과 편견을 봤죠. 다 아시겠지만 오만과 편견의 관건은 다아시를 얼마나 멋지게 표현하는가에 있잖아요. 그런점에서 매튜 맥퍼딘의 다아시는 절반은 성공했고 절반은 실패했어요.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콜린퍼스의 다아시가 너무 좋았다는데 있어요. 절제된 영국귀족사회의 무뚝뚝하지만 가슴 따뜻한 매력적인 남자 (쫄바지를 입은 엉덩이도 참으로 예뻤던) 다아시가 성숙하고 속깊은 어른 남자의 연애가 뭔지 보여줬다면 매튜 맥퍼딘의 다아시는 너무 좋은데 차마 쑥스러워 말하지 못하는 설익어 부끄러움 많은 다아시였거든요. 엘리자베스 앞에서 제대로 말도 못하는 다아시를 보면서 '요즘은 초등학생도 너만큼은 안해'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다아시라는 캐릭터가 워낙 매력적인데다가 키 크고 시원한 몸매에 우울한 감성으로 가득차 보이는 얼굴 때문에 절반의 점수는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제게 최고의 다아시는 콜린 퍼스에요.
짧은 러닝타임 안에 모든 내용을 담으려고 하다보니 생략된 부분이 많긴 했지만 재미있는 영화였어요. 극장 안에 사람이 적은 게 의아했을 정도로요. 옥의 티가 있다면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마지막 염장질 부분인데 그 부분은 정말 용서가 안되요. 젠장! 그만해!! 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 지경이었으니까요.

자, 그리고 지금부터는 늑대양에서 얻어먹은 목록들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씨네코어 옆 카페 뎀셀브즈에서는 베이글과 애플아이스티를 먹었습니다.

베이글은 아주 맛있었어요. 그리고 아이스티는...뭐랄까; 약간 떫었어서 기대했던 맛과는 약간 틀리더군요. 분말가루를 쓰지 않았다는 건 칭찬해줄만 하지만요.

영화를 보고 나서는 버거킹에서 와퍼세트를 먹었습니다. 버거킹에서는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할 (국외추방 당할 수도 있는)이야기들을 했는데 덕분에 늑대양에게 "당신은 네덜란드가 꼭 어울리는 인간이야"라는 평을 들었어요. 칭찬이라고 생각할게요. 조금 힌트를 준다면 네로와 파트라슈, 아로아의 애증관계라던지 요정대모의 보이토이 피노키오와 제퍼트 할아버지를 둘러싼 음란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꺄아~부끄러워요.

점심을 먹고나서 산책길에서는 멋진 선물을 받았어요. 일기장!!
너무 예뻐서 저 노트를 들고 종로거리를 팔짝팔짝 뛰어다녔답니다. 고마워요. 늑대양, 예쁘게 잘 쓸게요.

영광도서에 잠시 들러 늑대양이 책을 산 다음 인사동으로 갔습니다. 종로에서 인사동으로 가는 길 따위는 몰랐지만 열심히 걷다보면 온 세상 어린이도 다 만날 수 있는데 인사동따위 못찾겠냐는 신념으로 걷다보니 저~쪽에서 노란 점퍼를 입은 어디서 많이 본 아저씨가 걸어옵니다. 김훈이었어요. 나중에 늑대양 옆구리를 쿡쿡 찌르면서 "어이. 김훈" 하고 말하니 "아아, 어디서 많이 본 아저씨같더라." 그러면서 둘은 또 김훈이랑 이문열같은 사람들에 대해 농담을 나누고 낄낄 거렸죠. 제가 일전에 포스팅 하나를 올리지 않았더라면 오늘 김훈씨는 미녀 한명이 사인을 청하는 영광을 누릴 수도 있었을텐데요.(밥이랑 노트 사줬다니까요) 일전에 초청강연회같은데서 본 적이 있긴 하지만 저는 좀 알고 저를 알지 못하는 사람을 길거리에서 만나는 건 낯선 경험이었습니다. 영광도서에서 이해인 수녀님 만났을 때는 좀 다른 느낌이었는데 말이죠. 아무튼 다음에 이런 기회가 찾아온다면 그때는 서동진씨를 만나고 싶어요. 꼭 사인을...(쓰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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