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도서관을 뒤지다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재미있는 책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최근에 제가 발견한 책은 차범근씨의 책이에요. 자서전은 아니고 독일에 있으면서,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스포츠서울에 틈틈이 실어놓은 슈팅메시지를 엮어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책의 제목이 압권인데...제가 너무 못생겼다구요네요. 차범근씨를 추남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책에도 처제들이 못생겼다고 구박하는데서 오는 서운함이라던가 여성팬들이 주성이(김주성씨)에게만 몰려가는데 나에게는 그런 시절이 없었던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하신다던지, 대한민국 3대 추남축구선수에 자기가 끼지 않은데서 오는 뿌듯함 같은 걸 적어놓은 걸 보면 얼굴에 대한 스트레스가 좀 있으신가봅니다. 그래서인지 몸매관리를 굉장히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사모님께 병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배나오는 것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적어놓으셨는데, 지금도 유지하고 있는 몸매의 비결은 아내에게도 병적으로 보일 정도의 자기관리 덕분이겠죠.

당시에 읽었다면 시큰둥했겠지만 지금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차두리에 대한 부분입니다. 어릴때부터 축구를 굉장히 좋아하긴했네요. 거기다 당돌하기까지 했습니다. 하루는 레버쿠젠 팀의 리벡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고서는 "내가 두리인데 우리 아빠가 자꾸 까먹어서 그러는데 사인 두 장만 보내달라."고 해서 기어이 사인지를 손에 넣었답니다. 다른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할게요.

1986년의 일이다.
반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두리 녀석과 마당에서 공을 차고 있었다. 이날도 두리 녀석은 11번이 새겨진 유니폼에 팬츠, 그리고 무릎 위로 올라오는 기다란 스타킹에 뽕이 제법 뾰족뾰족한 축구화를 신고 잇었다.
내가 볼을 갖고는 뺏으라고 했더니 갑자기 내 정강이를 향해 두발로 덮치는 것이었다.
어찌나 아픈지 "악!" 소리만 하고 두손으로 정강이 뼈를 붙들고 주저앉고 말았는데 두리 녀석은 옆으로 쓱 오더니 내 어깨를 툭툭치면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냉큼 돌아서는 것이었다.
화가 나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해서 "야! 볼을 보고 태클을 해야지 다리를 차는 게 어딨어? 그리고 아빠가 아파 죽겠다는데 미안하다는 말도 없어?" 하고는 소리를 냅다 질렀다.
그런데 녀석의 하는 말이 더 걸작이었다.

"월드컵 선수들은 다 그렇게 하는거야."


그렇게 두리는 소원하던 월드컵 선수가 됐군요.-_-;;
이때는 두리에게 축구를 가르쳐주긴 하면서도 두리가 특별한 재능을 보여주지 않아 갑갑해하시던데, 지금도 여전하신가요?

솔직히 말하면 월드컵 당시 쏟아져나온 선수들의 책들보다 이 책이 내용은 더 알찬 것 같습니다. 분데스리가 최고용병으로서의 자부심. 은퇴를 준비하면서도 계속되는 러브콜에 뿌듯해하는 마음. 한사코 자신을 잡아두려는 독일에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고야말겠다고 말하는 강단, 어린이 축구교실에 대한 사랑, 자기를 욕하는 사람들에 대한 섭섭함 같은 것들이 솔직하게 잘 드러나 있어요. 거기다 어수선한 한국의 정치에 대한 안타까움과 외국인감독보다는 한국축구를 잘 아는 한국인감독이 낫지 않겠냐는 개인적인 의견, 후배 김주성씨에게 조금 더 노력하라는 따끔한 충고, 축구는 축구를 사랑하는 축구인들에게 맡겨두고 멋모르는 스폰서들은 입 좀 다물고 있으라는 섣불리 하기 힘든 이야기들도 하셨더라고요.

30대 중반의 젊은 차범근씨의 일상과 당시 한국축구의 사정같은 것들이 소상히 적혀있어 모처럼 도서관에서 보물을 발견한 것 같습니다. 지금은 사려고 해도 사기 힘들겠지만 근처 도서관을 찾아가시면 읽어보실 수 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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