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같아서는 마당놀이라도 한 판 하고 싶지만 너른 마당도 없고, 음주에는 능하되 가무에는 능하지 못한 천성이 나를 막아 하는 수 없이 일기나 남겨야겠다.
다행히도 수술은 큰 무리없이 끝났다.
수술 준비하는 시간 10분, 막상 수술에 들어간 시간 10분.
총 20분 동안 울 엄마님께서 뼈빠지게 준비한 공양미 삼백석은 재가 되어 날아갔으나 엄청나게 많이 잡수신 그 분이 확실히 높은 보살인지 예전 심봉사때처럼 뺑덕어미에게 사기당할 새도 없이 광명을 찾아 버렸다.
확실히 21세기는 속도전인 것 같다.
일단 나도 광명을 찾았으나 나는 그 전에 청맹과니도 아니었고, 심봉사가 딸만난 것 마냥 엄마가 보고프지도 않았지만 회복실에 슬그머니 들어서는 엄마를 보자. "왔나?"고 방긋 웃어줄만큼은 반가웠다.
고맙습니다. 엄마님.
그 엄마님에게 인터넷, 티비 금지령이 내려졌었기 때문에 한동안 못올거라 생각했지만, 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 하는 수 없이 내가 가게를 봐야하는 상황이 생겨. (사람일은 이래서 모르는거라 했나?) 이리 느긋하게 인터넷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인공눈물 넣는 무서움이랑 안약을 넣는 귀찮음은 그렇다치고, 세수는 원래 잘 안했고, (헉;;) 머리 안감는 것도 그럭저럭 견딜만한데 가장 참을 수 없는 건 한달간 금주라는거다. 하루에 맥주 한 캔씩은 잡수셔야 잠도 잘 오고, 다음날 아침 머리도 맑고, 기분이 좋아지는 까탈스러운 몸뚱아리가 과연 한달 금주를 잘 견딜 수 있을지...하루 섭취하는 탄수화물의 20%를 차지하던 맥주가 사라지니 살이 빠지랑가 생각했지만 술을 못마시니 자꾸 먹을걸로 손이가서 큰일이다.
옥매트가 틀어져있는 침대에 앉아 작은 상을 받쳐놓고 비빔밥이나 컵라면, 초콜렛, 녹차의 어울리지 않는 궁합을 나름대로 즐기면서 부은 얼굴에 추리닝을 입고 이리저리 사방을 둘러보며 글씨를 읽고 있는 내 모습은 영락없는 폐인이지만,
광명을 찾았는데 이쯤이야...
한 가을(요즘은 꽤 쌀쌀해져서 겨울)에 선글라스를 끼고다니면 쪽팔리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선글라스가 필요없다고 병원에서 그랬으니 안심이다.
아무튼 오늘은 반찬도 별로 좋고, 기분도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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