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사실은 어느 한 작가의 저작권에 속한다고 볼 수 없는 공공의 영역에 해당하므로 동일한 역사적 배경과 사실을 사용했다고 해도 저작권 침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이유로 태왕사신기가 표절이 아니라면 불멸의 이순신과 칼의 노래에 KBS는 헛돈썼잖아. 이순신에 훨씬 역사적으로 고증이 많이 된 인물이 나오는데가다 모든 전쟁은 이미 '확실하게'일어났던 사실인데도 원작자에게 돈을 지불했으니 이거 어디 잠이오겠나, 당시 담당자는 모두 경질되야겠다.

이제 티비 드라마에서 역사물을 보기는 훨씬 쉬워질 것 같은데 우리는 일제시대를 경험했고, 서희같은 인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니 토지를 '땅'이란 이름의 드라마로 제작할 때 주인물: 서희, 길상, 조준구, 귀천 등등 줄거리 : 경상도 하동군의 대지주 최참판댁 일가가 구한말과 일제시대라는 시대상황을 겪으며 몰락하고 복수하는 과정, 이라고 줄거리는 짜도 개략적 줄거리와 캐릭터의 성격에 있어 일부 유사점이 있지만 원고의 작품은 단행본으로 출간된 완전한 형태의 소설인 반면 피고의 저작물인 시놉시스는 최종 저작물이 아닌 앞으로 저술할 드라마 시나리오의 개요를 정리한 것으로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서희가 길상을 시켜 땅문서를 가져오게 만든 다음 조준구 일당을 내몰고 그대로 끝을 내버린다고 하면 박경리씨에게 어떤 것도 지불하지 않는다고해도 저작권침해는 아니겠다.

그런식으로 치면 이미 있는 사실을 그대로 찍은 것에 불과한 풍경이나 인물사진을 찍는 작가들의 이미지는 얼마든지 다른 형식으로 변형가능하니 엄한데서 이상한 모양으로 자기 작품이 발견되도 소송걸면 안되겠지. 애초에 나는 무형의 지식에 저작권을 매겨 판매한다는 것을 이상하게보기는 했어도 그것이 학문적, 개인적 목적이 아니라 상업적 목적이라면 작가의 동의를 얻거나 일정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역시 법이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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