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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3/13  브로크백은 게이사랑영화입니다. (4)
  2. 2005/10/25  베니스의 상인 (10)
[간접인터뷰] 게이영화가 아니라 사랑이야기다! 이안 감독!

간접인터뷰라니 내가 이안감독의 의도를 적절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일수도 있겠고, 브로크백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게이영화라는 요소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까봐 그저 순수한 사랑이야기로 봐달라는 편집자의 의도때문일수도 있겠고, 아니면 내가 그저 의미없는 말 한마디에 빈정상해 궁시렁대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저런 말을 떡 하니 제목으로 올려놓는다는 것 자체가 기분나빴다 이거다.

브로크백은 분명 사랑이야기가 맞다.
하지만 분명 게이 영화도 맞다.
편견없이 사랑할 수 있는 이성애자의 이야기였다면 20년을 마음졸이며 기다릴 필요도,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애써 부정할 필요도, 타인을 미워하는 것도 해치는 것도 아닌데 "네가 날 망가뜨렸다."고 절규할 필요도 없었다. 물론 '너는 내 운명'에서 처럼 간절하고 깊은 이성애자들의 사랑이야기도 있지만 브로크백이 게이의 사랑이야기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먹먹하고 가슴 아프진않았을거다.

왕의 남자에서도 공길과 왕은 게이가 아니라 순수한 관계일 뿐이니 어쩌니 하는 말들이 신경쓰였는데, 왜 순수와 동성애는 연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걸까. 게이도 사랑을 한다. 그것도 인터뷰 말마따나 영겁에 이루는 사랑을. 그게 브로크백의 주제 아니었던가.

더불어 이 인터뷰에서 읽은 재미있는 대목하나.
Q: 감독님 전에 구스 반 산트가 이 영화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캐스팅이 되지 않았죠. 제이크 질렌할도 그 당시엔 이 역을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감독님이 맡은 뒤엔 주연배우들을 캐스팅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들었어요. 뭐가 달라진 걸까요? 때가 된 걸까요, 아니면 당신이 감독을 맡았기 때문에? 혹시 구스 반 산트가 게이이고 당신은 게이가 아니기 때문인가요?
Lee: 잘 모르겠어요. 정말로 잘 모르겠네요. 아마도 때가 잘 맞은 것 같아요. 저는 헐크를 해야 했기 때문에 전에 한번 이 영화를 거절한 적이 있어요. 그러나 이 영화를 놓친 것을 대단히 후회했죠. 그래서 그들이 이 영화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요즘은 많은 영화들이 동성애를 받아들이고 있어서 이름 있는 배우들도 동성애를 다룬 영화에 기꺼이 출연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지는 않죠. 아마 배우들도 이 영화의 소재 때문에 약간은 주저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구스 반 산트에게는 이미 아이다호가 있잖아?



덧. 이준기-감우성, '브로크백 마운틴' 주인공에 최적

아마도 왕의 남자의 여파 때문이겠지만 이준기와 감우성은 얼굴이 너무 고와서 브로크백에는 안어울린다. 못배운 마초 카우보이들의 사랑이야기인데, 광대중에서도 배운걸로치면 상위 1%안에 들 것 같았던 두 사람은 좀 그렇지않나. 배나온 중년을 연기하기에는 이준기는 너무 어리고, 거기다 '예쁜 남자'로 먹고사는 이준기에게 소속사가 그런 역을 시킬 것 같지도 않다.
카우보이가 없는 우리나라에 미국 서부식 보수주의를 배경으로 깔기 위해서는 한정된 지역, 보수적 사고, 그리고 거친 두 남자가 바탕이 되야 할건데 나에게 맡겨준다면 조선시대 심마니 공동체를 배경으로 정재영과 신하균 두 사람으로 찍어보고 싶다.
(그냥 망상이다, 망상)
제레미 아이언스 영감이 날 실망시키지는 않을거라 생각하고, 주위의 반응도 괜찮아서 혼자서라도 꼭 보리라 다짐하고 있었건만 한인씨와 게마씨가 이 영화를 한번 더 보고싶다고해서 같이 보고 같이 웃고 같이 신음해줄 동료가 생겼다.

이 영화는 2005년 내게 가장 감동을 준 영화도 가장 재미있었던 영화도 아니었지만 날 가장 흥분시키는 영화라는 건 틀림없다. 모처럼의 동인혈이 마구 끓어오른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갈등의 축은 두개다. 샤일롯이 안토니오의 심장을 얻기 위해 발버둥치는데서 오는 갈등과 포시아가 안토니오에게서 베사니오의 심장을 얻기 위해 발버둥치는데서 오는 갈등이다. 영화의 전반부가 주로 샤일롯과 안토니오의 갈등을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면 영화의 후반부는 강단있고 현명하며 돈많고 독점욕강한 아름답고 무서운 여인 포시아가 그녀의 연적을 제거하기 위해 행동하는데서 오는 갈등을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 샤일롯이 안토니오에게 원금의 20배를 준다고해도, 베니스 전체를 바친다고 해도 그의 썩어들어갈 살덩이 한점과는 바꾸지 않겠다고 하는 무시무시한 증오를 품은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다.

애증.

영화의 첫머리에 미움받고 핍박받는 유태인집단들 속에서 샤일록이 간절하고 애절한 표정으로 안토니오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 애수 가득찬 순정에 침을 뱉은 안토니오를, 거기다 영락없이 아첨하는 기생오라비같은 놈을 위해 선뜻 자신의 살점을 떼어주겠다는 안토니오를 용서할 수 없었던게다. 유태인은 피가 없소? 유태인은 감정이 없소? 유태인은 부당한 일을 당해도 복수하지 못하오?!! 하고 절규하던 샤일록의 그 절절한 외침은 유태인이라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수로의 잔물결 위로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라고 시를 외며 안토니오가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 것만을 고대하던 샤일롯의 배신당한 순정의 외침이었다. 그렇지않다면 당시의 핍박받던 유태인이 샤일록 뿐이 아니었을테고 반유태인감정을 가지고 있던 상인도 안토니오만이 아니었을 것이며, 유태인에게 돈을 빌린 기독교인도 안토니오만이 아니었을 것인데 유독 안토니오에게만 그토록 골깊은 증오를 품은 샤일록의 감정을 설명할 길이 없다. 너의 마음을 가질 수 없다면 너의 심장이라도 갖겠다는 딸자식잃고 돈잃고 사랑잃는 상인의 눈돌아간 사랑의 감정이 잔혹한 계약의 이행을 부추겼을것이라고 본다.

"이 것은 제 것입니다. 제꺼란 말입니다!!!"샤일록의 처절한 애증이 느껴지는 명대사였다. -_-d

그리고 이 남자 저 여인에게 추파를 던지며 몸과 마음과 돈을 얻어내던 왕년의 난봉꾼 베사니오. 그가 포시아와 결혼하고 나서 안토니오의 편지를 받았을 때 원금의 두배, 세배를 가져가라며 배짱 두둑히 나온 포시아의 발걸음을 베니스로 옮기게 한 것은 편지의 끝머리에 적혀있는 한 마디 때문이었다.
"그대의 사랑때문이라면 오시되 돈때문이라면 오지 마시어요."
남자 간장녹이는 저 말을 들었을 때 포시아의 예리한 직감은 저 안토니오란 자를 확실하게 처리해두지 않으면 자신의 결혼생활이 결코 순탄하지 못할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원래라면 남편의 가장 절친한 친구라는 작자에게 돈 좀 던져주고 해결할 작정이었던 포시아는 이제 자신의 연적을 처리하기 위해 남장을 하고 베니스로 떠난다. 그리고 재판장에서 안토니오를 보았을 때 그녀는 이 영감이 말만 번드르르한 자가 아니라 재력과 명성에 걸맞는 수려하고 아리따운 외모까지 갖추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느낀 포시아. 믿고 있던 자신의 남편이라는 작자가 "마눌도 재산도 이 목숨까지도 그대를 저 악마의 손에서 구해낼수만 있다면 다 바치겠다"고 질질짜는 걸 보니 아름답고 강단있고 현명한 이 여인의 꼭지가 차갑게 돌아버린다.

"썅! 법대로 해!"
이 한마디말로 샤일록과 안토니오와 베사니오를 쥐락펴락하면서 샤일록을 벼랑끝으로 몰아가는 이 여인을 보면서 나는 포시아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안토니오의 목숨을 살리는 것인지 아니면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 샤일록이 완전히 미쳐버려 저 미노년과 동반자살하는 것인지 의문스러워질 지경이었다. 그러나 세상에 몇없는 미노년을 지키시는 신이 보우하사 다행히 안토니오는 목숨을 구하게 됐고 베니스의 시민들에게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의 남자가 혼절하여 쓰러지는 모습과 가슴을 드러내며 두려움에 떠는 모습이 얼마나 자극적인지 확실히 각인시켰다. 이것이 선례가 되어 안토니오에게 돈을 빌려주겠다는 자가 줄을 서는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아무튼 포시아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안토니오의 생명을 구했을 때 그녀에게 남은 것은 남편에게 찰싹붙어있는 저 요물을 어떻게든 떼어내야겠다는 마음뿐이었을거다.
그리고 베사니오가 뭐든지 답례를 하겠다는 말을 전했을 때 자신의 마음을 녹인 이 허풍선이 난봉꾼의 못된 버릇까지 단단히 고칠 마음을 품었다.
그래서 요구한 것이 어떤 일이 있어도 떼놓지 않겠다. 이 반지를 떼놓았을 때, 그것은 내 죽음의 증명이다. 어쩐다 요란히 떠들어 댄 반지를 달라고 요구했을 때 이 '하찮은 반지'는 안된다고 했던 남편의 한 마디에 움찔. 그리고 "내 목숨을 구해준 분이잖아. 내 사랑을 봐서라도 반지를 주는 게 어때?"라고 남편을 유혹하는 영감의 말에 움찔. 그러나 결국 반지를 가지지못하고 약간은 흐뭇한 마음으로 돌아가려는데 결국 가고 있는 자신을 붙잡으며 건네받은 반지를 내려볼 때 포시아의 심정이 어땠을지 가히 상상이 간다.

결국 이 놀라운 여인은 안토니오에게 '내 몸을 바친 사랑에 맹세코 베사니오가 바람피는 일은 없을거라.'는 맹세까지 받아낸 다음 안토니아가 보는 앞에서 침실로 가자며 베사니오를 유혹하면서 승리를 거머쥔다. 자기가 남자로 만들어놓은 젊은 청년을 어리고 영악한 여인에게 빼앗기며 안토니오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쩜 "얘야. 미인은 팔자가 사나우니 앞으로의 네 운명도 순탄치는 않겠구나."라고 탄식하던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인씨, 게마씨 같이 봐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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