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에게는 미안하지만 저는 더이상 그의 영화에서 작품성을 기대하지 않아요. 저는 그냥 이 사람이 나와준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답니다. 세상에 취향이란 게 있다면, 정말로 제 완벽한 취향은 제레미아이언스였어요. 10년 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 이름만으로 사진만으로 마음을 흔들어놓을 사람은 제레미밖에 없다구요.
그래서 그런지 베니스의 상인은 제게 최고로 행복한 영화였어요.
어쩜 이렇게 제가 원하는 걸 정확히 집어낼 수 있었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죠.
지금 제레미에게 바라는 건 하우스에 단 1화라도 출연해줬으면 하는거에요. 당연히 하우스의 환자로 말이에요. 아아...생각만해도 왜 이리 행복할까..
내 에로티시즘의 고향은 아무래도 게리올드만의 드라큘라와 프랑켄슈타인, 제레미 아이언스의 로리타,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데스페라도 같은 양키영화였다. 그러나 어느날 케이블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보게 된 이장호 감독의 어우동은 내게 한국적 에로티시즘의 새로운 장을 열어줬으니...잠자리 날개처럼 하늘하늘 속이 비치는 속곳하나만 걸치고 보일듯 보이지 않을 듯 몸의 라인을 과시하며 양반 사내들을 발끝으로 희롱하는 보희누님의 이미지란 얼마나 강렬한 것이었던가. 고백하건데 지금까지 남녀가 더불어 벗고노는 어떤 영화보다 에로틱했다.
축제날 혼란한 분위기를 틈타 자신을 겁탈하려는 신분낮은 남자를 오히려 "여인의 몸이 그깟 협박에 넘어갈 듯 싶으냐, 내가 널 가지고 놀아주지. 주머니속의 공깃돌 가지고 놀듯이 말이야.깔깔깔"하시면서 기마자세로 이리저리 노시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해서 경국대전의 완성자이자 조선시대 가부장적 아버지의 대표주자, 그러나 호색으로 죽고나서 평지풍파를 일으킨 장본인 성종에게 몸을 타고 흘러내리는 술을 발끝으로 마시게 하는 동안 나는 이 누님에게 완전히 매료되어버렸다.
칠거지악같이 여성을 억압하는 제도에 묶여 '하늘을 못봐 별을 못딴 죄'로 쫓겨난 이 여자가 신분을 숨기고 기방에 들어 자신에게 군침 삼키는 사대부를 '올 때는 마음대로 왔으나 갈 때는 네 마음대로 안될 것이다.'며 호령하는 장면은 시원하기까지 했지만, 가문의 명예를 위해 사랑하는 딸을 암살하려는 아버지와 한번도 사랑해주지 않았으면서 그녀가 정절을 지키지 않음에 분노하던 남편의 모습 등을 통해 조선시대 가부장적 제도의 폐단을 그대로 보여주는 정도의 메세지까지 담고 있는 어우동은 '내시'에 내가 본 안성기가 여자를 사랑한 댓가로 거세당하는 두번째 작품이자 그가 구하려는 여자가 자신의 선택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박복한 년놈들같으니..크흑..ㅠㅠ
[oyb|left|8991706002]사드에게 섹스는 자신의 철학을 교조시키기 위한 당의정이었을까?
으제니에게 '가르침'을 하사하는 돌망세의 장황론과 '닥치고 애널'을 고수하는 그의 굳은 지조가 그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는데...
막사는 것도 막살기 위해 막사는 거라면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더라. 막살기 위해 부던히 노력하고 그것에 끊임없이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삶이란 그냥 곧이곧대로 편견과 사회에 순종하면서 사는 삶보다 편해보이지 않네. 그래서인지 저기 나오는 인물 중 가장 행복해보이는 건 오귀스땡이더라.